![]() by 박건일 "I know we are as much in the world in our pain as in our happiness." - Deadwood 카테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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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은 굉장히 피곤한데 간만에 하는 인터넷 때문인지, 적응 안 되는 새 임시거처 때문인지, 추운 날씨 때문인지, 여하튼 잠이 안 와서 지난 한 달을 간단 정리.
지난 한 달간(정확히는 5주) 나는, 잠 자고 똥 싸고 밥 먹는 것은 친구가 방 2개짜리 집을 렌트해서 살고 있는 Euston이라는, New South Wales 주에서 가장 작은 마을에서 해결했다. 도착해서 이틀을 쉰 후 포도농장에서 박스 만드는 일을 3일간 저녁시간에 했다. 첫 날은 약 400개의 작은 박스를 만들고 8시에 들어왔고 둘 째 날은 작은 박스 1천개를 만들고 10시에 들어왔고 셋 째 날은 큰 박스 1200개를 만들고 새벽 1시에 들어왔다. 그리고 이틀을 쉬고 5일간 포도를 땄는데 농장에서 일해본 경험이 있다고 속여서 들어간 것을 들켜서인지, 아니면 불법 체류자인 중국인 슈퍼바이저가 나를 마음에 안 들어서인지는 아직도 잘 모르겠지만, 어쨌든 5일 만에 짤렸다. 그리고 슈퍼바이저가 다음 주 월요일에 다시 나오라고 해서 일했는데 그 날 일하고 또 짤렸다. 이어 수요일에는 올리브 농장에서 일하라고 연락이 와서 새벽 4시 반에 일어나서 5시 반에 약속장소에 나갔는데 아무도 나오지 않았다. 화가 너무 나서 그 슈퍼바이저와는 연락을 끊었다. 이렇게 되자 별로 해보지도 않았는데도 농장일이 죽도록 하기 싫어 아들레이드로 돌아올 것을 결심했다. 그런데 우연히 알게 된 말레이시아 친구가 일자리 있다고 해서 다시 해봤는데 그게 아몬드 포장 작업이었다. 23킬로의 아몬드 포대를 8시간 동안 쉬지 않고 채우고 자동 바느질하고 쌓는 일이었는데 너무 힘들어서 일하다가 기절하는 줄 알았다. 그래서 이 일은 하루 만에 그만 뒀다. 군대는 물론이고 호주 와서 나름 고생했다고 느낀 모든 일들이 하찮게 느껴질 정도로 힘든 일이었다. 이 경험으로 아들레이드로 돌아가야 되겠다는 결심을 굳히게 되었고 이렇게 지금은 아들레이드에 와 있다. 인터넷이 안 되고 핸드폰이 안 터지는 친구 집에서 지내면서 가지고 있는 영화와 TV 시리즈들을 죄다 한 번씩 더 봤다. 특히 웨스트 윙 시즌 6와 7은 2번을 더 봐서 대사까지 외울 지경. 아들레이드로 돌아와서 좋기는 한데 한 치 앞을 알 수 없는 앞날에 답답하기도. 이제 호주에 온 지 2년에 다 되어가는데 요즘 들어서는 내가 여기에서 무엇을 하고 있는지 자주 생각하게 된다. 한국으로 되돌아가고 싶은 것은 전혀 아닌데 그냥 여기서 뭘 하고 있는지 도대체 어떻게 살고 싶은 것인지 등등 호주에서의 삶을 되돌아보게 된다. 2년을 이 곳에서 살았는데 여전히 나는 아무 것도 없는 상태다. 그나마 인복이 좋아서인지 나에게는 과분한 훌륭한 친구들 덕택에 많은 힘을 얻고 있다. 그 힘을 잊지 않고 이제는 좀 정신 차려서 살아야겠다는 그런 생각을 하는 늦은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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