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가 풀리니 동물들도 많아진다

약 2주 전, 새벽에 외곽 지역을 운전하다가 코요테 비슷한 동물이 사거리 한 가운데를 어슬렁거리는 것을 봤다. 신호를 기다리며 서 있는데 이 자식이 위험하게 자꾸 길 한가운데로 왔다갔다하더라. 늦은 밤이라 차가 거의 없기는 했지만 뭐. 여하튼 그 순간 나는 마이클 만 감독의 콜래트럴의 한 장면이 생각나서 가슴이 두근거렸는데 차 안의 어느 누구도 이런 일에 관심이 없어서 맥이 빠졌었다.

지난 주에는 일을 끝내고 아침에 들어오는데 집 앞 길에서 오리 두 마리가 어슬렁거리고 있었다. 차가 지나가는데도 신청을 안 해서 길을 지나가길 기다렸다가 통과했다.

그리고 또 지난 주에는 외곽 도로에서 정체를 알 수 없는 동물이 도로를 횡단하는 것을 봤다. 검은 색의 털이 가득하고 뚱뚱했는데 정체는 아직도 모르겠다.

며칠 전에는 겨울이 되면서 보기 힘들었던 갈라 앵무새(하얀 색의 예쁜 새지만 상당히 커서 가까운 거리에서 보면 약간 무섭다)들이 집 앞에서 놀고 있었다. 앞으로 더욱 자주 보게 될 것 같다.

어제는 창문 바로 앞의 나무에서 비둘기 두 마리가 엉켜 있었다(아마도 애정 행각 중). 그 모습이 너무 사랑스러워서 한참을 멍하니 바라봤다.

날씨가 풀리니까 동물들이 확실히 많아지고 있다. 친구 말에 따르면 집 앞 공원의 나무 캥거루들도 그 수가 많아졌다고 한다. 하긴 차가 지나가는데도 새들이 안 비켜줘서 아슬아슬 운전을 해야 하는 일도 갈수록 많아지고 있다. 여기 호주의 동물들은 도대체가 사람을 무서워하지 않는단 말이지. 그런데 이런 것에 흥분하고 좋아하는 사람은 주변에 나 혼자 뿐인것 같다. 같이 일하는 사람들한테 말하니 거의 듣는 척도 안 하더라. 겨울이 끝나가서 꽃도 많이 피고 있어서 눈이 즐거운데 그것도 나 혼자만 알아차렸단 말이지. 심지어 지인 한 명은 이 곳에 2년 째 살면서도 꽃에 관심을 가져본 적이 없어서 그런 것은 모르겠다고 말하던데 어찌나 안타깝던지. 자연이 아무런 댓가도 없이 준 선물을 알아차리고 감사해하는 사람이 이리도 적었단 말인가. 사람이란 정말 이기적인 동물이구나. 나부터 더욱 고마워해야지 뭐 별 수 있나.

그건 그렇고 일하며 지나가는 길 하나에 요즘 벚꽃이 가득해서 일이 늦어져 해 뜬 후에 퇴근해도 운전하는 재미가 있더군.

이렇게 사소한 것 하나하나에 즐거워하며 지내는 거닐군이다.

덧글

  • 시엔 2007/08/27 20:26 # 답글

    사소한 일 한가지 한가지가 행복하시다면, 진짜 행복하신 거네요 ^^
    이제 그쪽은 봄인가요?
    호주에서는 길가에 동물들이 참 많아서 저도 자주 보고 다니곤 했었는데~ 옛날 생각나네요 ㅎ
  • 샤크 2007/08/27 20:33 # 답글

    동물...동물원... 에 가서야 볼수있는, 정말... 매우 부럽습니다... 그런데, 와, 그곳에도 벗꽃이 있군요(촌...스러운 아이;)
  • Lauren 2007/08/27 20:42 # 답글

    멋지고 신기한 사진들을 기대해도 되는건가요? ^^;;
  • 나는그네 2007/08/28 01:52 # 답글

    어디 가나 다 그런 거 아닌가 싶다. 난 서울이 야경 아름답고 인터넷 빨라서 좋아 ㅋ
  • 어설픈스토커 2007/08/28 15:22 # 삭제 답글

    저도 가끔은 멋진 자연에 감동하여 넋을 잃고 서있을때가 있어요. 소소하게 행복한것만큼 더 큰 행복이 있을까요?^^
    이쁜꽃있으면 사진도 올려주세요~
    여긴 아직도 많이 더워서 불쾌지수가 80이나 된답니다 >_<
  • 이미경 2007/08/30 01:25 # 삭제 답글

    건일아 보고싶다.
  • 박건일 2007/09/01 16:25 # 답글

    시엔 / 요즘엔 차에 치인 동물들을 길에서 자주 보고 있어 씁쓸하답니다. 흐흑.

    샤크 / 여기도 벚꽃 정말 많답니다. 집 앞 정원에도 3그루나 있는걸요. :-)

    Lauren / 사진은 찍을 여건이 안 되어서리... 흐흑.

    나는그네 / 뭐 사람들은 어딜 가나 비슷하기도 하고 아닌 것도 같고... 모르겠음. 헤헤.

    어설픈스토커 / 요즘 폐인처럼 지내느라 사진 찍을 여유도 없네요. -_-;

    이미경 / 헤헤. 나도. 다들 모여 카드 하며 수다 떨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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