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에서 인터넷을 한다는 것은...

말 그대로 '초'인내력을 시험하는 것입니다요... 흐흑.

제가 지금 쓰고 있는 인터넷 회선이 무려 다운로드 속도 23M의 ADSL2이건만(한국에서도 이 속도는 흔하지 않은데 말이죠), 이거야 뭐 기술적인 수치일 뿐이고 실제 체감속도는 한국의 1M 라이트 ADSL만도 못합니다(이 서비스가 한국에 아직 있는지도 모르겠네요). 호주 내에 서버가 있는 사이트는 로딩 속도가 굉장히 빠르지만 문제는 호주의 인터넷 인프라가 굉장히 약하기 때문에, 아니 거의 없다고 봐도 될 정도니 호주에 서버를 둔 사이트를 갈 일이 거의 없다는 거죠. 쇼핑도 한국처럼 인터넷에서 하는 것은 상상도 못 합니다. 이베이 말고는 그럴듯한 쇼핑몰도 없을 뿐더러 물건 종류도 별로 없답니다. 인터넷으로 뭐 사려면 유럽이나 미국 사이트에서 사는 것이 낫답니다.

이런 사정 때문에 호주 신문의 인터넷 홈페이지 정도 말고 서핑하는 곳은 대부분 미국과 한국, 유럽의 사이트들입니다. 그래도 그나마 미국이나 유럽 사이트는 답답해도 참을 만한 수준이지만(그럼에도 덩치 큰 홈페이지의 메인 페이지가 다 뜨는 것을 보려면 1분은 기본입니다) 한국 사이트는 대부분 2-3분은 기다려야 메인 페이지가 뜨고 심지어는 로딩하다가 제 풀에 지쳐 에러 메시지까지 나와버린다죠. 이제는 F5 눌러서 새로 고침 하는 것이 당연한 듯한 일이 되어버렸답니다. 이런 속도다 보니 탭을 많이 뛰워서 동시에 여러 사이트 가는 것은 상상도 못 합니다. 한 번에 한 사이트를 가지 않으면 바로 페이지 못 불러오면서 에러가 뜹니다. ㅠ_ㅠ


인터넷 하며 하도 자주 보다보니 이젠 친숙하게 느껴지기까지 하는 에러 페이지. -_-;;;


덕분에 뭔가 다운로드 한다는 것은 도인이 되지 않고는 도전하기 힘들답니다. 서버가 미국이나 유럽 정도면 속도가 100k 정도는 나오니까 할 만한데(운 좋으면 500k도 나옵니다) 아시아 쪽이면 보통 50k 정도라서요. 한국에서의 인터넷 속도를 생각한다면 이거 뭔가 다운로드 받다가 환장할 지경이죠. 게다가 이 곳 호주는 다운로드 용량 제한이라는 것이 있어서 다운을 많이 받으면 인터넷 속도가 64k로 떨어집니다. 그야말로 전화모뎀 속도가 되는거죠.

지금 제가 쓰는 것은 다운로드 40기가 서비스인데 이게 한 달 60달러(약 4만원)입니다. 이것도 지방의 작은 인터넷 업체라 싸게 하는 거지 Telstra나 Optus 같은 곳에서 이런 '대용량' 다운로드를 쓰려면 한 달 요금 100달러는 기본입니다. 보면 다운로드 용량을 넘으면 그만큼 돈을 더 받는 서비스도 있는데 이걸 쓰다가 여차 하면 몇 백 달러를 한 달 요금으로 내야 하는 불상사까지 생깁니다.

물론 이런 경우의 대부분은 초고속 무한 다운로드 인터넷에 익숙한 한국인들이 저지르는 실수입니다. 게다가 한국인들처럼 인터넷이 생활 자체인 나라는 거의 없거든요. 여기 와서 여러 나라 사람들 보면 한국인들처럼 인터넷 많이 하는 사람 없어요. 그러다보니 쉐어 하면서 한국에서처럼 영화나 음악 다운로드 받다가 같이 사는 친구와 말다툼 하는 경우는 정말 쉽게 볼 수 있습니다. 홈스테이 하면서도 한국에서처럼 인터넷 하다가 속도가 느려져서 다른 사람들의 눈총을 받는 일도 있고요. 호주로 오시는 분은 이런 환경에 대해서 꼬옥 알고 오세요. 모르고 오면 정말 미움 받는답니다. -_-;;;

이제 저도 호주에서 산 지 1년이 가까워오는데 이 느려터진, 그리고 다운로드 용량까지 제한을 두는 인터넷 환경만큼은 적응이 안 되네요. 호주 내에서도 이런 문제 때문에 한국이나 일본의 인터넷 인프라를 따라잡자는 이야기가 많이 나오기는 하는데요, 제가 보기엔 정말 한참 먼 것 같아요. 여기 와서 보면 굳이 인터넷 안 해도 할 일 많고 갈 곳 많고요, 사람들이 워낙에 활동적이고 밖에서 가족이나 친구와 함께 여유롭게 노는 것을 즐기는 편이라 인터넷에 목숨 거는 사람은 거의 없거든요. 많은 사람들이 이메일 주고 받는 것 말고는 인터넷을 안 쓰거든요. 이러니 인터넷 환경이 좋아질래야 좋아질 수가 없어요. 일단 사람들이 인터넷의 필요성을 별로 못 느껴요. 호주는 지금도 조금만 시골로 가면 아직도 대부분이 전화모뎀으로 인터넷 하고요, 아예 인터넷 안 쓰는 집도 쉽게 찾을 수 있습니다. 시내만 좀 벗어나면 핸드폰도 안 터지니 인터넷은 사치죠...

여하튼, 호주 와서 너무나 잘 지내고 있지만, 그래서 여기서 더 살고 싶어서 비자도 바꾸려고 준비 중이지만, 한국의 인터넷 환경만큼은 너무너무 그립답니다. 흐흑.

- 그래도 한국사이트 안 들어가고 다운 많이 안 받는다면 꽤나 할 만 하답니다... 라고 자기최면 중...

덧글

  • 2007/05/24 23:49 # 삭제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박건일 2007/05/24 23:57 # 답글

    비공개님 / 텔스트라랑 옵터스도 써봤는데 지금 쓰는게 다운로드며 웹페이지 로딩이며 훨씬 빠르답니다. 잘 나오는게 뭐 이 정도더군요. 그나마 서핑에는 큰 문제 없으니 다행이라면 다행일까나요. -_-;;;;
  • 박건일 2007/05/25 00:02 # 답글

    지금 쓰는 서비스는 제 하우스 메이트가 저랑 살기 이전에 신청한 건데 이 친구가 하루 종일 집에서 인터넷만 하는 애라 이것저것 다 따져보고 속도 제일 빠르고 다운로드 용량 많은 것 중에 그나마 저렴한 것으로 신청한 거랍니다. 뭐 확실히 다른 곳에서 쓰던 인터넷 속도와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빠르긴 한데 역시 한국에 비하면야 너무 느려요. 흐흑.
  • 62th 2014/01/17 16:57 # 삭제

    무슨서비스신청하신거에요?
  • Lauren 2007/05/25 02:33 # 답글

    한국만큼 편하게 인터넷을 쓸 수 있는 지역도 없는 것 같아요..다행히 중국도 인터넷이 예전보다는 많이 빨라져서 큰 인내력을 필요로 하진 않습니다만 오히려 멀리 외국 나가계신 분들은 인터넷때문에 속 터지는 일이 한두번이라고들^^
  • 박건일 2007/05/25 08:59 # 답글

    Lauren / 호주도 예전에 비하면 많이 빨라졌다고는 하는데 그래도 아직은 먼 것 같아요. -_-;;;
  • 글로리아진 2007/05/25 15:46 # 삭제 답글

    저희집은 주택가인데 운좋게도 작년부터 kt에서 광케이블을 무료로 깔아준다고 하더군요.

    시범서비스 지역이라나 뭐라나 하면서....

    덕분에 초당 10M 다운 속도로 슝슝슝~ (영화 한편 다운받는데 5분이면 되죠 ㅎ~)
  • 박건일 2007/05/31 11:12 # 답글

    글로리아진 / 부럽습니다... 흐흑. 저도 일산에 있을 땐 그 속도를 즐겼는데 말이죠. 아아~
  • 미라쿨 2007/06/03 21:47 # 삭제 답글

    인터노드로 바꿔보시죠.
  • /// 2008/02/28 18:12 # 삭제 답글

    부럽습니다.. 중국은 그것보다 더느리답니다 ㅋㅋ..

    65k나오면 전 기뻐합니다 ㅋㅋ... =_=.. 하하하.. 정말 중국은 좋은 게 없어요~;;

    게임시디가 싼거 빼고는 크흑..
  • 박건일 2008/02/29 09:18 # 답글

    /// / 허걱, 장난 아니로군요. 저는 인터넷 회사를 바꿨더니 이전에 비하면 거의 날아다닙니다. 물론 한국의 속도에는 비할 바 못 되지만 좋군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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