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oyal Tenenbaums (2001) - ***1/2

저는 웨스 웬더슨 감독의 최고작은 Rushmore라고 강력하게 주장하는 사람 중 한 명이지만 로얄 테넨바움의 특이한 분위기도 아주 좋아합니다. 특히 유명배우들을 왕창 데려다놓고 기괴한 연기를 시키며 즐거워했을 감독을 생각하면 저까지 즐거워집니다. 결국 이 영화는 캐릭터들에 의한 캐릭터들을 위한 캐릭터들의 영화입니다. 독특한 캐릭터들이 한데 모여 화학작용을 일으키며 이상한 나라의 테넨바움 가족 이야기가 완성됩니다.

세상은 머리로 계산할 수 있는 것이 아니랍니다. 영화는 가슴으로 세상을, 가족을 느끼는 법을 몰랐던 붕괴직전의 테넨바움 가족이 그 요령을 깨우치는 과정을 감동적으로, 그리고 동시에 코믹하게 담아냅니다. 그리고 그 과정을 큰 웃음을 가득하고 지켜볼 수 있게 만드는 것은 (다시 한 번 말하지만) 도저히 한 영화 속에서 볼 수 있으리라고 예상하지 못했던 다양한 개성을 가진 배우들입니다. 대니 글로버, 안젤리카 휴스톤, 진 핵크먼, 기네스 펠트로우, 오웬 윌슨(이 영화의 각본을 썼죠), 벤 스틸러, 루크 윌슨(오웬 윌슨과 형제 사이), 빌 머레이가 한 영화에 출연해서 지지고 볶을 줄 누가 상상이나 했겠습니까! 그리고 이들을 아름답게 엮어주는 것은 웨스 웬더슨과 오웬 윌슨의 불협화음으로 가득한 아름다운 각본과 완벽하게 공간을 제어하는 편집증적인 촬영, 그리고 기가 막힐 정도로 적재적소에 삽입된 아름다운 음악들입니다. 이 조합이 가끔은 마법과도 같은 감동을 이끌어내지만 아쉬운 것은 그것이 가슴보다는 머리를 먼저 꽝 하고 치는 점입니다.

어쨌든 로얄 테넨바움이 볼 때마다 신나고 기분이 좋아지는 영화임은 분명합니다. 그리고 반복해서 볼수록 굉장히 슬픈 영화라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가족은 단어가 아니라 문장이라는 영화의 타이틀이 의미하는 것을 깨닫는 데는 생각보다는 많은 노력과 시간이 걸린다는 것을 웅변해주는 이 영화는 웨스 웬더슨의 영화 중에서 (아직까지는) 가장 대중적인 영화입니다. 웨스 웬더슨의 기이한 세계에 입문하시고 싶으신 분에게는 이 영화를 먼저 추천합니다.

덧글

  • Mjuzik 2006/11/07 20:37 # 답글

    밸리에서 보고 왔습니다-
    오래전에 봐서 잘 기억은 안나지만 당시 꽤 느낌 있었던 기분이 어렴풋이 드네요.
    다시 보래도 볼 영화 리스트에 올라있는 영화죠-
  • 새침떼기 2006/11/08 00:38 # 답글

    이 영화는 국내에서 단품 상태가 꽤 오래 가서 답답하더군요.
    도대체 왜 이미 출시된 대다수의 타이틀들은 할인으로 풀릴 때까지 구할 수가 없는 건지 이해가 안 가요.:-/
  • 박건일 2006/11/08 18:45 # 답글

    Mjuzik / 반갑습니다! 웨스 웬더슨 영화들이 다들 굉장한 독특한 느낌을 가지고 있죠. :-)

    새침떼기 / 그렇군요. 전 출시되자 마자 국내판을 샀는데 크라이테리온판을 보고 경악했습니다. 부록의 차이는 물론이고 화질과 음향도 차이가 확 난답니다. ㅠ_ㅠ
  • softdrink 2007/01/15 23:35 # 답글

    우리나라는 DVD시장이 작아서 크라이테리언 시리즈가 제대로 발매되기는 어렵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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