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 5권으로 이루어진 <서울 도시계획 이야기>는 제목 그대로 서울이라는 도시에 어떠한 과정을 거쳐 지금의 대도시가 되었는지 설명하는 책입니다. 사실 이런 종류의 책은 관련 분야 전공자나 관심자가 아니고는 재미하고는 거리가 있게 마련인데, 이 책은 5권이라는 적지 않은 분량에도 순식간에 독파가 가능할 정도로 흥미진진합니다. 그 이유는 바로 우리 현대사의 믿기 힘든 비하인드 스토리가 이 책에 가득하기 때문입니다. 서울에 사는 사람이라면 자신이 살고 있는 동네나 시내의 주요 건물들이 생기게 된 기막힌 사연에 어이가 없어질 것이고, 그렇지 않더라도 우리 현대사의 왜곡된 모습을 모두 안고 있는 서울이라는 도시의 발전 과정은 대한민국에 살고 있는 누구라도 큰 관심을 안 가질래야 안 가질 수가 없는 우리 모두의 과거입니다. 게다가 서울이라는 도시의 발전과정에 있어 국내 최고의 전문가이자 살아있는 증인인 저자 손정목은 자신이 알고 있는 모든 사실을 실명과 함께 있는 그대로 까발리는데, 지금까지 많은 사람이 알지 못했던 과거사가 낱낱히 공개되는 것 또한 굉장한 재미입니다.
박정희의 독단으로 이루어진 경부고속도로와 어린이 대공원의 믿기 힘든 건설 과정은 어안이 벙벙하게 만들고, 불도저 서울시장 김현옥이 서울을 가지고 벌인 광기 어린 심시티 놀이의 드라마틱함은 이게 실화인지 의심스러울 정도입니다. 비리로 점철된 롯데호텔의 준공 과정, 당시에는 미친 짓으로 인식되었던 여의도 개발, 오직 박정희에게 잘 보이기 위해 만든 강변북로, 한국엔 골프장이 없어 싫다는 미군 장성의 말 한 마디에 군용기를 동원해 만든 서울컨츄리클럽, 서울에서 가장 흉한 건물 중 하나인 세운상가 건물에 얽힌 비화, 미군들을 위한 위락시설로 시작한 워커힐 등등 이 책을 보니 서울의 발전과정은 그야말로 판타스틱하고 스펙터클한 데다가 점입가경에 믿기 힘든 기적과 말도 안 되는 고집의 연속이네요.
간단하게 말해, 이 책 굉장히 재미있습니다. 강추입니다. :-)
- 현재 3권을 읽고 있는데 어린이대공원의 탄생과정은 눈물 없이 볼 수 없는 감동의 드라마군요.
- 이 책은 순전히 서울이라는 도시의 발전과정에 그 중심을 두고 있기에 박정희나 김현옥 같은 인물을 비롯 여러 친일파들이나 정치 비리 사범들이 입지전적인 훌륭한 인물로 평가됩니다. 보는 이에 따라서는 이 부분이 다소 불편할 수도 있습니다.
- 제가 이 책을 읽으며 새삼스럽게 다시 느낀 점은 역사는 해석을 하는 이에 따라 같은 사실도 굉장히 다른 평가를 받는다는 겁니다. 자유며 인권이며 이런걸 다 제외하고 대한민국의 발전이라는 시각으로만 보자면 박정희는 한국의 근대화를 이끈 구국의 영웅입니다. 저는 그러한 의견에 동조하지 않지만 이 책을 읽고나니 당시를 살았던 많은 사람들이 박정희를 그렇게 생각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겠다 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덧글
솔리드 2006/01/10 16:36 # 답글
대충 이야기로만 들었던 내용들이 글로써 정리되었군요..정말 관심이 가는 내용이라 꼭 구입해서 봐야할것 같네요..
어린이 대공원은 김일성 공원인가 때문에 조금크게 지어진 그 내용인가..^^;
박건일 2006/01/10 20:38 # 답글
솔리드 - 꼭 읽어보세요. 정말 충격적인 이야기로 가득합니다.
delius 2006/01/14 12:56 # 답글
와 이오공감 축하드려요 ^^)/ 그나저나 5권이라니.. 털썩
카제 2006/01/14 13:10 # 답글
공감보고 왔습니다. 좋은 책 추천 감사합니다~ 저도 한번 읽어봐야겠군요.
解明 2006/01/14 14:38 # 답글
홍성태의 <서울에서 서울을 찾는다>를 읽어보는 것도 괜찮을 것 같네요.
히비키 2006/01/14 17:37 # 답글
이 책 저도 재밌게 봤어요. 그치만 역시 책값이 압박이죠 [...]박정희 등에 대해서는 부정적으로 평가하지 않으면 돌맞는 시류인 듯 한데,
절대적으로 부정적인 인물이 세상에 어디 있을까... 하고 생각합니다.
이 면으로는 영웅, 저 면으로는 독재.. 인간은 입체적인 존재일 테니까요 '')
디제 2006/01/14 20:44 # 답글
박건일님 이오공감 축하드립니다. ^^
쇠밥그릇 2006/01/15 02:45 # 답글
와... 5권이나 되면, 친구 4명 꼬셔서 같이 산 다음에 돌려봐야겠어요.
서산돼지 2006/01/15 09:02 # 답글
신문에 연재되었던 것이 묶여서 출판되었나 보군요.
박건일 2006/01/15 17:39 # 답글
delius - 앗, 감사합니다. 이오공감이라니...흐음. 그래서 갑자기 방문객이 늘었던 것이로군요.카제 - 옙. 반갑습니다. :-)
解明 - 그 책도 재미있을 것 같던데 다음에 읽어봐야겠네요. 추천 감사합니다.
히비키 - 책값의 압박 때문에 도서관에서 빌려보고 있다죠. 하핫.
디제 - 감사합니다. :-)
쇠밥그릇 - 하핫. 그것도 좋은 방법이군요. 그런데 1권부터 차례로 보기는 힘들 듯하네요. -_-;
서산돼지 - 들어가는 글을 보니 어디 연재되던 것은 아니고 논문처럼 쓰던 것을 묶어서 낸 것이더군요.
punctual 2008/08/02 11:21 # 답글
저 당시 분들 -개발연대- 책이 읽을거리가 많습니다..실제로 이땅의 변화를 체감, 변화를 만드셨던 분들말이죠..
'워커힐' 비리(?)도...^^) 재미있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