웰컴 투 동막골, 이래저래 사족이 많은 영화

우리나라 영화잡지들은 너무 한 영화 밀어주기가 강한 것 같습니다. 모든 잡지들과 영화평론가, 영화전문기자들이 만장일치로 밀어준 <웰컴 투 동막골>은 사실 그다지 새로운 영화는 아닙니다. 오히려 이 영화는 <지중해>와 같은 영화를 통해 우리에게 익숙한 '전쟁과 평화' 혹은 '폭력과 순수'라는 뻔한 소재를 한국적인 상황에 맞게 잘 풀어냈다는 점이 가장 큰 장점 같습니다. 그 외에는 모든 면이 예상 가능한데다가 평범하고 진부하기까지 합니다.

그나마 이 영화를 재미있게 살려주는 것은 강혜정이 완벽하게 연기한 미친년이 아닐까 싶습니다. 강혜정이 머리에 꽃을 꼽고 처음 등장하는 장면부터 영화는 비로소 활기를 띄어가기 시작하니까요. 신하균과 정재영은 그들이 지금까지 보여줬던 수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무난한 연기를 보여줍니다. 오히려 저는 북한군으로 나온 임하룡과 류덕환의 풋풋한 연기가 맘에 들더군요(임하룡에겐 실례이려나요...^-^;). 감독 박광현은 신인 치고는 지나치게 안전빵 연출을 보여주는 바람에 심심하고 장진의 각본은 언제나 그렇듯이 필요 이상으로 말이 많습니다. 조금은 기대했던 히사이시 조의 음악은 제가 듣기에는 그냥 무난했습니다. 이렇게 말하면 좀 잔인한 말일지 몰라도 굳이 히사이시 조가 아니여도 좋았을 그런 음악이었습니다. 그렇다고 음악이 나쁘다는 뜻은 아니고요...기타노 다케시 영화에서는 음악 자체가 영화의 주인공이 되었던 그런 느낌까지는 들지 않았습니다. 하사이시 조의 음악은 이 영화보다는 더 정적인 영화에 어울리는 것 같습니다.

뭐 안 좋은 말만 했지만 영화는 꽤나 볼만합니다. 특히 산골마을에서 순박한 마을 사람들과 군인들이 아웅다웅하는 장면들은 정말 재미있답니다. 진짜 불만은 영화의 마지막입니다. 꼭 그렇게 전투 장면을 오래 보여줄 필요가 있었나 싶습니다. 그렇게 자세히 안 보여주는게 더 설득력이 있었을 것 같고 그랬다면 제작비도 훨씬 줄었을 것 같습니다. 이 영화는 전쟁을 소재로 했다 뿐이지 전쟁을 다루는 영화가 아닙니다. 그러니 총알에 머리가 박살나는 장면까지 그렇게 자세히 보여줄 필요가 있었을까 싶네요.

아무튼 제 진짜 불만은 이 영화보다는 이 영화를 둘러싼 그 수많은 일방통행의 극찬들입니다. 전문가들이라고 불리는 사람들 중에서 이 영화가 저처럼 맘에 들지 않았던 사람이 한 명도 없었을가요? 전 제가 아무리 좋아하는 영화라 할지라도 그 영화가 만장일치로 극찬받는건 정말 싫답니다. 만장일치라니 뭔가 무섭지 않나요? 우리나라 모든 영화잡지들이며 언론들이 <친절한 금자씨>와 <웰컴 투 동막골>에 올인하는 것이 전 그다지 좋게 보이지 않습니다. 지인 말로는 <태극기 휘날리며> 때 그토록 난리였던 한 영화의 스크린 점령이 금자씨와 동막골에는 아무 문제가 안되는 점이 불만이라고 하더군요. 그들은 예술적(이게 어떤 기준인지 저는 모르겠습니다)으로 잘 만들어진 영화는 스크린을 독점해도 괜찮다고 생각하는 것일까요? 정말 그렇게 생각한다면 그들은 자격 상실이 아닐까 싶네요.

내 맘대로 평점 3.5/5

덧글

  • 솔리드 2005/08/08 11:09 # 답글

    제법 오랜 기다림속에 나온 수작영화라..
    저 역시 흥분해서 극찬을 늘어 놓았는데..
    화면이 너무 좋았어요..연기도..^^;
  • 디제이쏜다 2005/08/08 11:24 # 답글

    아무래도 상반기에 부진했던 한국영화의 상황을 감안한, 업계 종사자들끼리의 하반기 한국영화 밀어주기 음모론이 아닐까 합니다. 저도 우연히 읽은 영화주간지에서 동막골에 대한 지독한 밀어주기를 보며 거부감을 느꼈답니다.
  • 박건일 2005/08/08 23:06 # 답글

    솔리드 > 전 제 취향에 영 안 맞는 영화라 좀 불만이었드랬죠. 그래도 잘 만든 건 사실이죠. 강혜정 연기는 정말 좋았구요. ^-^;

    디제이쏜다 > 그러게요. 이번주에도 여전히 주간지들은 금자씨와 동막골 이야기가 상당히 많더군요.
  • 동경 2005/08/09 23:37 # 답글

    3년전에 연극으로 봤던건데 소박하니 잼있게 보긴 했는데
    극찬까지라니... 영화가 궁금해지네
    근데 사람들 진짜 많이 보더라
  • 박건일 2005/08/10 20:56 # 답글

    동경 > 영화 괜찮으니 봐. 나는 뭐 별로였지만 그래도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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